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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후손의 부동산 사기 사건 전말(1953)

자불어 2024. 10.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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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인 1953년, 일제강점기 공가로 호의호식했던 의친왕 이강 씨의 육남 이곤 씨가 부동산 사기 혐의로 검거되었다. 아래는 그 뉴스다. (평화신문 1953년 6월 14일)

평화신문 1953년 6월 14일자

그는 왜 사기를 했나. 
왕족 이곤씨의 생활 기록

8.15.라는 역사적인 전환기에 부닥쳐 궁궐을 쫓겨나와 생활고라는 무자비한 질곡 속에 허덕이고 있는 이왕 후예들의 신산한 몰락 과정을 말하는 호개의 자료로서 소위 구왕궁을 팔아먹었다는 왕족 이강공의 육남 이곤(34세) 씨의 오늘에 이른 생활 기록을 소개해 보자. 
이곤(일명 이명길)씨는 4253년(1920) 11월 4일 이강 공의 육남으로서 모친 김씨(이강공의 삼첩三妾)의 몸에서 출생한 후 8세 때에 일본에 도항하여 동경 입회소학교立會小學校를 졸업하고 동경 사립 입정중학교立正中學校에 입학하였으나 2학년에서 중퇴하였다고 한다. 
4271년(1938) 8월에 귀국하여 시내 종로구 견지동 85 사동궁에 거주 시 충청남도 논산군 구자면 금곡리 XXX 씨의 2녀인 XXX(당시 00세) 씨와 결혼하고 8.15. 해방 2년 후인 4280년(1947) 봄 종로구 궁정동 1에 있는 형 이수길 씨 집에서 동거하다가 동년 가을 다시 사동궁에 이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6.25. 사변이 돌발하여 남하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북한 괴뢰군들에게 갖은 고통을 받다가 9.28. 이후에 부산에 피난하였다고 하는 바 현재의 가족은 부친 이강공(77세), 모친 김씨(70세), 처 XXX(00세), 장녀 XX(0세), 차녀 XX(0세)의 6명 가족이라고 하며 양친은 부산 동래에 은거하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곤씨가 구 이왕궁 소유 재산을 사기 매도하게 된 동기를 공판정에서 진술한 바에 의하면 원래 이왕족으로 해방 이후 정부에서 보조금이 근소하게 창경원 등의 수입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나머지 수입금으로 생활을 유지하게 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생활상태는 비참할 정도로 곤란한 지경이었었음으로 부친의 생활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생활비에 충당하려고 하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 사건에 대한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곤씨는 84년(1951) 11월 부산진에서 “이강, 이병주”라는 도장과 “구왕궁재산임시관리위원장 이병주”라는 고무인과 “구왕궁재산임시관리위원장지인” 등을 위조한 후 85년 11월 부산 모 다방에서 동대문 경찰서 박 경사의 소개로 시내 회현동 김지원(토건업자) 씨를 소개 받아 궁정동, 회현동, 명동 소재 대지 및 가옥을 매도하여 줄 것을 부탁하고 명동 1가 3번지 2대 40평, 명동1가 4번지 대1033평, 회현동 3가 4번지 대580평 등의 토지는 원래 이강공의 소유이었던 바 4270년 2월 6남인 이곤에게 증여하였음을 증명한다는 부친 이강공의 증여증서와 임시관리위원장 이병주 씨의 승인서 등을 위조한 후 1월 25일 김지원씨의 소개로 시내 청운동(청운동 108-3) 정규성 씨에게 248,100,000원에 매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왕손이 연루된 사기극의 전말을 상세히 보도했다. 다음은 1953년 5월 10일자 조선일보 기사다. 

대서료代書料 만 10만여 환
주인主人도 모르게 팔린 구왕궁저택舊王宮邸宅

불우한 환경이 빚어냈다고 단정하기에는 너무도 대담한 구왕족舊王族과 모리를 꾀하는 상인들이 서로 결탁한 다음 인장과 등기서류 등을 위조하여 구왕궁소속인 거대한 저택을 모외국인에게 매도한사건이드러났다. 가장 도심지에 가까운 위치로 교통이 편할 뿐만 아니라 주위 환경이 좋은 서울 명동明洞 1가 4번지에 자리 잡은 대지 2100여 평에 건평 1백여 칸을 자랑하는 구왕가의 외척 윤홍섭尹弘燮 씨가 관리 중인 저택 중 그의 반은 지난 2일 모외국인에게 일금 330만 환에 매도디었다. 이를 매각함에 있어 구왕가에 속하는 이곤李錕(37) 씨는 태평로太平路 1가 37번지에서 영업 중인 대서사代書士 이순길李淳吉(50)과 그리고 방금 일본에 거주 중인 홍명덕洪明德(女, 정규성丁奎成 씨의 처)와 서로 결탁하고 이왕궁 재산인 동저택을 마치 개인의 소유인양 집문서와 등기서류등을 위조한 다음 이를 모외국인에게 매도했다는것이다. 그런데 위조문서를 작성함에 있어 전기홍 여사의 이름으로출자형식은 취해져있으나 그의 배후에는 과거 군정軍政시대부터 모방면으로 그의 이름이 높은 협화무역協和貿易 사장 정규성丁奎成씨가 실지로 동사건 구성의 자본주적인 역활을 한 증거도 역연하다는것이다. 이 같이 구왕궁 재산을 협잡한 역연한 증거를 잡은 서울시 경찰국 수사과에서는 8일 전기 이곤, 이순길 양씨를 긴급구속하는 동시에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서울지방법원에서 교부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모 방면으로 수사를 확대중에있다는 바 위조문서를 작성함에 있어 대서비로 무려70만환을 전기 이순길씨에게 지불했다는것이다. 8.15. 이후 지금까지 양식단층으로 된 동저택의 「집직이」 조순구趙淳九(40) 씨는 사기꾼의 손에 의하여 집이 팔렸다는 소식에 접하자 8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8.15. 전부터 1.3. 후퇴 당시까지 이 집에서 살고계시던 윤홍섭尹弘燮 영감은 약 1개월전 부산으로부터 올라와 집을 잘 보살피란 말을 하였는데 그후 아무 지시도 없던차 수일 전 이 아랫집(YWCA)에 드나드는 여인들과 모외국인이 와서 이곳 저곳 집을 돌보더니 그들이 집을 샀다기에 그럴리가 없다고 의심했지요. 이같이 집관리인인 윤씨도 알지 못하게 사기해서 집을 팔았다니 모를일입니다. 도로 집을 찾게 되었으면 합니다." 

조선일보 1953년 5월 10일

검사는 이곤에게 3년을 구형했고, 판사는 다시 경감하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언도했다. 일제강점기 내내 일제로부터 인정받은 왕실재산과 은사금, 품위유지비로 살아왔던 터, 그래서 그것 없이는 생활 능력이 없던 왕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사건은 위키피디아(한국어) "이곤" 항목에도 수록되어 있다.

 

1953년에 이미 전쟁 통에 국유재산이 된 사동궁을 700만환에 매각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3년이 구형되었으나, 범죄의 동기가 왕실재산이 국가로 귀속되버린 것을 몰랐던 점, 이전의 범죄 전력이 없으며, 6.25 사변 이전에는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었으나 그 이후로는 주지 못하여 생활고를 겪고 있음에 비추어 정상참작하여 2년 징역에 5년 집행유예가 언도되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 정보는 틀렸다. 

1. 당시 이곤이 허위로 매매한 부동산은 사동궁이 아니다.  

사동궁은 종로구 인사동, 관훈동에 걸쳐 있었다. 그리고 이미 한국전쟁 발발 이전, 이곤의 아버지 이강이 팔아치웠으며, 이는 이미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신문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곤이 인장을 위조해 속여 판 부동산은 중구 명동, 회현동 일대의 토지로 지도에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이곤이 허위 매도를 시도한 땅(명동 1가 4번지), 사동궁이 아니다.

2. 집행유예 사유:  "몰라서 저지른 범죄가 아니다." 

위키백과 자료 작성자가 인용하고 각주 표기한 경향신문 1953년 7월 22일자에 소개된 판결 사유에 따르면 "왕족으로서 생후 처음으로 생활경쟁에 발을 들여 놓다가 실패한 피고는 죄를 졌다 하더라도 그 동기가 심한 생활난으로부터였다는 것을 살펴볼 때 우리 국가에서 6.25. 전까지는 근근 생활비 정도의 보조금을 주어온 것을 6.25. 사변 이후 그것 조차 못주었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정상을 참작치 않을 수 없다"다. 판결 사유에 범죄 전력이 없어서라거나 매각 사실을 몰랐다는 말은 일언반구도 없다. 그리고 몰랐다는 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어떻게 모르고서 도장을 위조한단 말인가. 


위의 경향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이날 오후 6시 20분 2개월 간의 감방생활을 마치고 서대문형무소의 철창문을 나서는 이곤은 익명인사로부터 선물 받은 여름옷을 입고 감방생활에 여윈 얼굴을 하고 간수 들에게 일일히 고개를 굽혀 인사를 하곤 한다. 출옥한 이곤은 감상이 어떤가란 기자의 질문에 "내 죄는 나쁘다. 법관들의 후의를 감사치 안을 수 없다." 고 말하고 다시 "사회인들의 동정은 고마웠으며 내가 저지른 죄로 말미암아 부모님들의 명예를 더럽힌 것은 가슴 쓰라린다"라고 두서 없이 말했다. 
 

위키피디아에 각주를 달며 뻔한 거짓을 일삼는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곤" 항목의 정보는 이날 이후로 수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틀린 정보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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