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
순종의 유조, 끝까지 찌질했던 대한제국 융희 황제 본문
충신 조정구,
순종 황제의 유언을 전하다
1926년 4월 25일 대한제국 황제를 하다가 일본에게 나라를 내준 순종 황제가 사망했다. 몇 달 뒤인 1926년 7월 8일 미국의 한국어 신문 신한민보에는 순종의 유조가 올라왔다. 이 유조는 전 궁내부 대신인 조정구趙鼎九(1860~1926)가 받아 전한 것이라 한다. 조정구는 대한제국 시대 고관을 역임하여 국권 피탈 후 일제는 그에게 남작 작위를 주었으나 받지 않았다.(넙죽 받은 덕수궁 이태왕 이하 그 가족과는 달랐다.) 그는 승려로 입적하는 등 평생 피해 살았으며 중국으로 망명해 임시정부에도 참여했다. 국권회복을 위해 노력하다 순종이 죽기 1달 전, 신문이 발생되기 3개월 여 전인 1926년 3월 30일에 사망했다. 따라서 유조의 진위는 검증을 요한다. 여하튼 유조라 믿고 보자.
왕년의 병합은 다
나의 한바가 아니라
명을 겨우 보존한 짐은 병합 인준의 사건을 파기하기 위하여 조서를 내리니 앞서 병합 인준은 강린이 역신의 무리와 더불어 맘대로 작성해 맘대로 선포한 것이요. 다 나의 한 바가 아니라. 오직 나를 가둬두고 나를 협박하여 나로하여금 명백히 말을 못하게 하고 내가 했다 한 것이니 고금에 어찌 이런 일이 도리가 있으리오. 나, 구차히 살며 죽지 않은 지가 지금까지 17년이라. 종사의 죄인이 되며 2천만 생민의 죄인이 되었으니 숨이 멎기까지 한 순간도 잊지 못한다. 감금에 할 말 못하고 오늘까지 이르러 이제 병이 위중하여 일언(한 마디) 하지 않고 죽으면 짐이 죽어서라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이에 나, 경에게 이 조칙으로써 여러 사람에게 선포하여 나의 가장 사랑하고 가장 공경하는 백성으로 하여금 병합이 나의 한 바가 아닌 것을 효연히(명백히) 알게 하면 전에 소위 병합 인준과 양국 조칙은 스스로 과거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 이제 백성들아! 광복 사업에 노력하라. 짐의 혼백이 지하에서 너희들을 도우리라.
구차하게 살다가
이제 병들어 죽으니,
너희들은 광복 사업에 노력하라
슬픈가? 나는 전혀 슬프지 않다. 슬픈 건 나라를 잃은 것일 뿐, 순종에게는 그 어떤 연민도 느껴지지 않는다.
1. “구차하게” 살아놓고 이제 죽을 때 되니 이런 이야기 하는 건 우습다.
2. “다 내가 한 게 아니다.” 일국의 군주로서 어찌도 이리 무책임하단 말인가.
3. “백성들아! 광복사업에 노력하라.” 목숨 구걸하며 구차하게 살았던 황제가 백성들에게 할 말인가.
4. 유조조차도 직접 전하지 못하고 신하를 시키다니, 고종이래 집안 내력인가.
이런 걸 일국의 군주라고 모셨다는 것이 슬프다. 여기에 순종을 두둔하는 무리들이 믿지 못한다는 책, 매천야록의 저자 황현의 유언을 덧붙인다. 황현은 1910년 국권 피탈 후 몹시 비통해하며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어느 날 저녁 절명시絶命詩 4장章을 짓고, 또 자제子弟들에게 글을 남기고 독약을 마셨다.
나라가 망한 날을 당해
한 사람도 국난國難에
죽는 자가 없다면
어찌 통탄스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나는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다만 국가에서 선비를 길러온 지 500년이 되었는데, 나라가 망한 날을 당해 한 사람도 국난國難에 죽는 자가 없다면 어찌 통탄스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내가 위로는 하늘로부터 타고난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아래로는 평소에 읽은 글을 저버리지 않고 영원히 잠들어 버린다면 참으로 통쾌함을 깨달을 것이니, 너희들은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그다음 날 가족들이 비로소 그 사실을 알고 아우 원瑗이 급히 달려가 보았다. 독약이 온몸에 퍼진 황현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묻자, 황현은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다만 내가 써 놓은 글을 보면 알 것이다.” 하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죽는 일이란 쉽지 않은가 보다. 독약을 마실 때에 세 번이나 입을 대었다 떼었다 하였으니, 내가 이와 같이 어리석었단 말이냐.” 하였다. 이윽고 운명하니 향년 56세였다. 순종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두 장의 유서만으로도 충분하다.
참으로 못난 임금에 훌륭한 백성이 있던 나라, 대한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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