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가 사람들

국문연구소에 고종이 한 건 "可" 뿐

자불어 2026. 8. 10. 22:58

고종을 추숭하는 사람들은 최근 대한제국의 국문연구소를 언급하고 있다. 고종이 국문연구소를 설립하고 주시경, 지석영, 어윤적, 이능화 등이 참여 국어 정책을 주도했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것은 100% 사실일까?

고종실록을 인용하면 조작된 자료라 할 테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승정원일기로 소개한다. 승정원일기 고종 44년(1907) 5월 28일 무오에 따르면,

○ 내각총리대신 이완용(李完用), 학부대신 이재곤(李載崑)이 삼가 아뢰옵니다. 금년 7월 8일, 학부대신 신(臣) 이재곤의 청의(請議)로써 국문연구소(國文硏究所)를 설치하고 따로 위원을 차정(差定)하는 일에 대하여 이미 회의를 거쳤사온데, 표제(標題)의 가부(可否)를 따로 갖추어 첨부하고 아울러 원안(原案)을 올리오니, 삼가 성상(聖上)의 재가(裁可)를 기다리옵니다. 성지(聖旨)를 받들어, 제(制)하길 "가(可)하다." 이르셨다.

○ 內閣總理大臣李完用, 學部大臣李載崑謹奏, 本年七月八日, 以學部大臣臣李載崑請議, 設置國文硏究所, 另差委員事, 已經會議, 標題可否, 另具粘附, 竝呈原案, 伏候聖裁。 奉旨, 制曰,

국문연구소에 고종이 한 일은 “그리 하도록 하라”뿐이었다. 실제 그것을 건의한 사람은 이완용과 이재곤이며, 그중 발의자는 학부대신 이재곤이었다. 이완용이야 말할 나위 없는 친일파이며, 이재곤 역시 한일신협약 체결에 노력, 대한제국의 입법·행정·사법권을 넘겨주는 데 크게 기여해 그 공로로 일본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았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친일파다.

전제군주제에서 그 임금 재위 시절 한 모든 일은 임금이 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그러나 실제 건의자를 쏙 빼고 기술하는 것은 역시 역사 왜곡이오, 조작이다. 친일파를 변호할 생각은 일도 없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쏙 빼고 좋은 일이라면 그저 나눠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공치사하겠다는 것 역시 봐줄 수 없다. 을사늑약 같이 나쁜 일을 말할 때는 공범이자 최종 책임자인 고종은 쏙 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열한 행동이다.

이런 편집을 하는 자가 있다면 이는 "역사"는 물론 "학자"라는 이름조차 아까운 존재들이다.

승정원일기(비서감일기) /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 세계기록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