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
봉은사 폭행 영상과 함께 보는 무당산 이야기_청패류초 본문
오늘 봉은사 스님이 사찰 입구에서 노조원을 폭행했다.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셨다.)
스님들은 정신 수양 만큼이나 몸의 수련도 중요한 바, 이미 소림사가 중국 무술의 기원이 되고, 우리나라에도 무예를 익히는 스님이 있으니, 하지만 스님들께서 명심하셔야 할 것은, 더러 사찰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스님 못지 않은 내공을 가진 분들이 나올 수 있다는 거다. 여기 청나라의 이야기책 청패류초清稗類鈔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밥을 지을 만큼 힘이 센 유승(劉勝能飯而多力)
무당산武當山 모 사찰의 승려 오심悟心은 방장方丈이다. 어려서 소림에서 권법을 익혀 나이가 60여 세 되었으나 기세가 젊은 시절 한 창 때나 다름 없었다. 절의 승려 모두 권법을 익혀 그 가르침을 이어받았다. 산 아래 농가에 유승劉勝이란 아이가 있었는데, 힘이 있고 밥을 잘했으나 살길이 없자 절문을 두드려 구걸하자 승려들이 그를 두드려 팼건만 유승은 꿈쩍도 안하자 놀라 오심에게 고했다.
오심이 유승에게 물었다. “너는 뭐가 필요하냐?”
유승이 대답했다. “밥을 짓고 싶습니다.”
“네가 할 수 있겠느냐?” “밥 짓기에 충분합니다.”
“네 힘은 어느 정도냐?” “모릅니다.”
“얼마나 지을 수 있겠냐?” “그것도 모릅니다.”
오심이 웃고는 밥을 먹게 하니 2말을 모두 먹어치웠다. 식사 후, 뒤켠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큰 돌 2개가 있었는데 무게가 각기 800근이었다. 유승이 손으로 좌우에 끼고 춤을 추는 데 몹시 여유로웠다. 드디어 권법을 전수받았으나 매우 굼뜬 데다 오래 연습해도 깨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주방[香積廚]에 두었고 중들은 그를 얕보았다. 하루는 걸식승이 왔는데 의복과 신발이 남루했으나 정신은 살아있었다. 승려들은 그를 백안시했지만 유승은 항상 그에게 따로 음식을 제공했다. 오심이 제자들에게 무예를 가르치려 하자 걸식승이 그것을 보더니 조용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걸식승에게 말했다. “너도 할 줄 아냐?” “못합니다.”
연습이 끝나고 식당으로 돌아오니 걸식승만 홀로 서있었다. 어떤 중도 돌아보지 않았으나 유승이 그를 불러 식사를 내주었다. 걸식승이 유승에게 말했다.
“그대는 왜 권법을 배우지 않소?” 유승이 말했다. “도통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대를 가르치겠소.”
그리고 손동작을 가르쳤다. 한밤 중 걸식승이 유승을 불러 마주 앉았다. 한참 후 유승은 갑자기 깨달아 말했다. “제가 알았습니다.” 이에 기정허실(奇正虛失: 기습과 정도, 허실의 파악)의 법도, 진퇴기복(進退起伏: 나아가고 물러날 때, 움직일 때와 멈출 때)의 규칙을 모두 가르쳐주고 “이로써 당신은 모든 것을 배웠으니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을 것이오. 그대는 이걸 잘 사용하기 바라오. 나는 떠나오.”
그리고는 단숨에 뛰어 올라 사라졌다. 이로부터 유승은 밤마다 홀로 단련했다.
2년 뒤 오심이 승려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 이제 천태天台(산으)로 갈 터 남들보다 무예가 출중한 자에게 방장의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결국에는 한 명의 승려가 남았는데 이름이 초범超凡이었다. 그가 방장을 자리를 받으려는 찰나 유승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좀 늦었지만 아직 나와 겨뤄본 적 없잖소.” 중들이 비웃었다. 유승이 “네놈들의 권법은 바깥에 나가면 조무래기들이 하는 짓에 불과해.”하곤 옷을 벗고 뛰어오르자 오심이 놀라 말했다. “네 어떻게 그것을... 그건 나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유승이 걸식승으로부터 전수받았다고 밝히고 결국 그 절의 방장이 되어 천선天禪으로 개명하였다. 이로부터 무당산의 권법이 소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武當山某寺僧悟心, 方丈也. 少習拳於少林, 年六十餘而精悍不減少壯, 寺僧皆能拳, 承其教也. 山下農家子劉勝, 有力, 善飯, 無以為生, 叩寺門行乞, 眾僧毆之, 劉若不覺. 駭而告悟心, 悟心問劉曰: “爾何求?” 曰: “欲飯耳.” “爾何能?” 曰: “能造飯耳.” “爾力幾何?” 曰: “不知.” “能食飯幾何?” 曰: “亦不知.” 悟心笑之, 命食之以飯, 將盡二斗米矣. 飯後, 引至隙地, 有巨石二, 重各八百斤, 劉以手左右挾之而舞, 殊從容也. 乃授以拳法, 而蠢甚, 茫然莫解, 因置之香積廚, 眾藐視之. 一日, 來掛單僧, 衣履極敝, 而神氣奕奕, 眾僧加以白眼, 劉常私食之. 悟心方教其徒以武藝, 掛單僧視之, 默不一語. 或謂掛單僧曰: “爾能乎?” 曰: “不能.” 習罷, 歸食堂, 掛單僧獨立, 眾莫之顧, 劉招其食. 掛單僧謂劉曰: “爾何不學拳?” 劉曰: “不知也.” 掛單僧曰: “我教爾.” 於是教以手勢. 夜半, 掛單僧引劉對坐, 久之, 劉忽悟曰: “我知之矣.” 乃盡教以奇正虛實之道, 進退起伏之節, 戒之曰: “爾由此熟練, 無敵於天下. 爾善用之, 我去矣.” 遂一躍而逝. 自是, 劉輒於夜靜私習之. 越二年, 悟心集眾僧語之曰: “吾將往天台, 有武藝超羣者, 當授以方丈之位.” 最後得一僧, 名超凡, 將以方丈授之, 劉上前曰: “稍遲, 我尚未試也.” 眾譁笑之. 劉曰: “爾輩之拳, 不過外家之粗淺者耳.” 因解衣跳躍. 悟心驚曰: “爾何能此?此等拳法, 我尚不如也.” 劉乃自道掛單僧所傳授, 遂為某寺方丈, 改名天禪, 於是武當之拳法得與少林齊名. - 청패류초(清稗類鈔) 기용류(技勇類)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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