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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고민 탈모, 일제강점기 발모제

자불어 2024. 2. 1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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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예나 지금이나 현대 의학의 난제 가운데 하나다. 원형 탈모 상담하러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대머리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고민이라고 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웃음으로 승화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대학 다닐 때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 친구는 "레닌, 트로츠키, 세상을 바꾼 이들은 모두 탈모인"이었다고 주장했으며, 또 어떤 선배는 전대협이 실은 "전국 대머리 연합회"의 줄임말이라고도 했다. 이런 농담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니, 세기말 괴작 "이나중 탁구부"에서는 무지개가 "7명의 대머리 노인들이 나라가 정해주는 시간, 정해진 장소에 모여 만든 것"이라는  놀라운 학설을 던졌으며,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서는 사기꾼 이발사 피렐리가 발모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옛 신문을 읽다가 일제강점기 신문에 발모약 광고가 있어 옮겨 본다. (오늘날 말로 풀어 번역함.)

이같이 하면 털이 나오

황금을 산과 같이 쌓아도 없는 털을 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념하였음은 고대古代의 일이라. 문명의 오늘날, 적당한 치료법을 쓰면 털이 나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 지금에 전 도쿄제국대학(東京帝國大學) 의과대학 피부과 교수 의학박사 다나카 도모하루(田中友治) 선생이 털 없는 사람 또는 원래 털이 적은 사람들을 몹시 동정하여 오랜 시간 고심하여 연구한 결과로 이번에 발견 창제한 모생약毛生藥(털이 자라는 약)인 후미나인은 완전하게 학문적으로 발명한 기적의 약으로 대머리(독두병禿頭病 또는 대만방주臺灣坊主)로 곤란한 사람, 털에 병이 있는 사람, 털이 빠지는 사람, 부인에게 흔한 월자독月子禿(산후 탈모), 눈썹이 희미한 사람, 기타 일반인에게 있는 털이 없어 근심의 나날을 보내는 다수의 남녀를 구조하기 위한 전문약으로 어떤 사람이 사용하던지 기묘하게 털이 나고, 또 탈모를 멈추게 하는 영묘한 효과가 있소. 누구든지 후미나인 본점(本鋪) 도쿄 시바아타고초(芝愛宕町) 2의 1 도쿄약원(東京藥院)에 전신환 또는 송금(동경 31832번)으로 주문하시오. 대가 70전, 1원 20전, 2원 20전. 송료는 요구치 않음. (이 광고에서 궁금한 점은 본사로 문의하시오.) [매일신보 1919.03.08. 광고]


도쿄약원의 후미나인은 1915년 상표등록을 했다.(日本登録商標大全(第8輯)上(東京: 東京書院, 1916), p.39. 아래 사진.) 또한 신약의 발명자 다나카 도모하루는 야마가타 출신으로 1903년 도쿄제국대학 의학대학에서 의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비뇨기과 및 피부과 교수를 역임했다. (비뇨기과와 피부과가 원래 한 과였으나, 두 과가 분리될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광고는 환자들에게 돈을 긁어모아 먹튀 하는 그런 유형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도 탈모는 인류의 고민으로 남았으니 후미나인을 복용했던 이들이 별반 효과를 봤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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