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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 옛 경성 명치좌

자불어 2024. 2. 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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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지하도에서 올라와 줄지어 있는 먹거리 노점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왼편에 고풍스러운 건물 한 동이 있다. 국립극장 명동예술극장으로 일제강점기에는 ‘메이지자(또는 명치좌明治座)’로 불렸던 영화관이다. 

명동예술극장 2024.2.5.

메이지자는 현재까지 도호(東寶), 도에이(東映)와 더불어 일본 삼대 영화사로 불리는 쇼치쿠(松竹)가 만든 영화관이다. 쇼치쿠는 1895년 공연장 영업을 시작해 1920년 쇼치쿠 키네마 합명회사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에는 제국활동사진주식회사를 세우고 1923년 오사카쇼치쿠자大阪松竹座, 1930년 도쿄극장(東京劇場) 등을 열었다. 이와 더불어 1930년대부터는 조선에 진출, 영화를 보급하는 한편 조선인 배우도 물색했다.
메이지자의 건축은 초대 극장장인 이시하라 료스케(石橋良介)가 용산 개성좌의 흥행권을 인수한 뒤 명의변경 형식으로 1935년 경성의 현재 위치, 즉 메이지초(明治町) 잇초메(一町目)에 개봉관 건립에 착수하며 시작되었다. 다마타 기쓰지(玉田橘治)의 다마타건축사무소가 설계를 맡고 미키(三木) 합명회사 오테라구미[공사감독: 오테라 다다유키(小寺忠行)]가 시공을 담당했다. 건물은 연건평 772평, 정원 2천 명, 건축은 스패니쉬 양식을 채용했다. 최초 공사비는 220,000원이었으나 결국 536,000원이 투입되었다. 건축에 조선인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는데, 벽돌공사(煉瓦積工事)의 양성삼梁成三, 작업용 비계 설치(鳶)의 윤연박(尹連薄)이 보인다.

*위키백과에는 대지 1669.43m2(505평)에 건평 1048.26 m2(317.1평), 연건평 2457.57 m2(743.413평)으로 나온다. 일단 조선신문 10월 7일 자 기사에 근거하여 기록한다. 

개관에 앞서 극장 명칭을 일반에 공모했는데, 일본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2만여 통의 엽서가 답지했다. 1936년 4월 1일 오후 3시 일본 도쿄 마루빌딩회관에서 각 신문사에 위촉한 심사위원의 심의 결과 “메이지자”로 선정했다. “메이지자”로 응모한 420명 가운데 선정된 1인에게는 상금 50만 원을 현금 아닌 권업채권으로 증정했다. 그 외에 아세아극장, 도극장都劇場, 대경성大京城, 송죽松竹, 계림鷄林, 마루빌딩극장(丸ビル劇場) , 공영관共榮館, 신세계新世界(나중에 그 앞의 백화점이 그 명칭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을 거다.), 은세계銀世界 등이 가작으로 선정되어 쇼치쿠가 운영했던 다른 극장, 낭화관浪花館 입장권 5매를 증정했다. 이어 1936년 6월 28일 상량식(상동식上棟式)을 거행했다. 비가 내렸음에도 많은 사람이 운집해 큰 행사로 치렀다.
1936년 10월 7일 밤, 개관작품으로는 시마즈 야스지로(島津保次郞) 감독 다나카 기메요(田中絹代) 주연의 “남성대여성(男性對女性)”을, 피로연작으로는 ‘오사카 여름 전투(大阪夏の陣)’를 소재로 한 하야시 쵸지로[林長二郞, 본명 하세가와 가즈오(長谷川一夫)]의 대작, 사극 “춤추는 명군(踊る名君)”을 상영했다. 
메이지자는 토키 영화(유성영화) 시대 경성 최고의 극장이었다. 당시 최신 영사기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발성장비 역시 신예로 갖췄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냉난방 장치도 설치했다. 또 레지(茶子)를 없애고 유니폼을 입은 ‘서비스걸(サービスがル)’ 30명을 두어 좌석 안내 등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각종 편의설비로 작금의 영화관에도 없는 탁아소를 두었으며 인근 3대 백화점의 쇼케이스, 매점, 흡연실도 있었다. 또한 3층에는 영화모임을 위한 작은 시사회실, 작은 모임이나 전시회 등을 할 수 있는 다기능 공간도 두었다. 
메이지자는 건립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 재조선일본인을 위한 극장이었다. 그런 까닭에 상영작 역시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가 대부분이었으며 일부 서구 작품도 포함되었다. 또한 “소년 항공병”과 같이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영화도 다수 상영했다. 그런 까닭에 메이지자는 조선인의 관심 밖이었다.  

*소년항공병: 당시 일본정부가 정책적으로 제작, 지원한 영화로 해군성, 해군항공본부, 요코스카 해군항공대, 동 소년항공대 등이 후원, 해군 군사보급부 마쓰시마(松島) 중좌의 지휘로 신예 사사키 야스시(佐佐木康) 감독 작품이다. 그들의 소개에 따르면 “순정의 눈물과 야마토 혼(大和魂)을 묘사한 하늘의 스펙터클 영화라고,

메이지자 신축 낙성식 광고, 경성일보1936.10.7.

명동 나가시는 분들은 함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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