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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

당나라의 인디아나 존스

자불어 2022. 3. 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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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에게 화살을 날린다는 진시황의 무덤 이야기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아래 이야기는 그 연장선이다. 화살이 나오고, 이어서 로봇 같은 기계장치들이 나와 침입자를 칼로 내리 친다. 이 모든 장치를 뚫고 들어오면 결국 무덤이 무너져 침입자들과 함께 사라진다는 플롯, 어쩌면 중국은 인디아나 존스도 원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유안(716~780)의 판관 이막은 고릉에 농장을 두었다. 그런데 농장의 소작인들이 소작료를 거른 지 5~6년이 되었다. 막은 파직도 당했겠다, 농장에 내려가 (이들의) 책임을 묻고자 했다. (그런데) 창고를 보니 차고 넘쳤으며 미처 다 나르지도 않은 상태였다. 막이 괴이하다 생각해 묻자 (소작인들이) 이렇게 이실직고하였다.

“저희는 오랜 세월 도둑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주변에서 오래된 무덤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덤은 농장에서 서쪽으로 10리 거리에 있었는데, 꽤 높고 컸습니다. 소나무 숲으로 200보를 들어가야 무덤이 나오는데, 무덤 곁 비석은 부러져 풀숲에 넘어져 있고 글자는 마멸되어 읽을 수 없었습니다. 먼저 옆으로 수십 길을 파고 내려가자 석문이 하나 나왔습니다. 쇳물을 부어 봉해놨기에 며칠 동안 똥물로 씻어내 열었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자 화살이 비 오듯 쏟아져 몇 명이 맞고 죽었습니다. 다들 두려움에 떨며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제가 살펴보니 아닌 게 아니라 쇠뇌(석궁)를 설치된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에 (사람들을) 시켜 안으로 돌을 던지게 하자 던질 때마다 화살이 나왔습니다. 돌을 십여 차례 던지자 더는 화살이 나오지 않기에 횃불을 들고 줄을 서서 들어갔습니다. 중문을 열자 나무인형 수십 개가 눈을 부릅뜨고 검을 휘둘러 또 여럿이 다쳤습니다. 저희가 몽둥이로 때리자 병장기를 모두 떨어뜨렸습니다. (무덤 방 안) 네 벽에는 병사들의 모습을 그려져 있었으며, 남쪽 벽에 대형 칠관이 쇠사슬에 메달려 있었는데, 그 아래로는 금옥과 구슬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저희는 놀란 나머지 차마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이때) 관 양쪽 모서리에서 솔솔 바람이 일더니 모래가 얼굴을 때렸습니다. 잠시 후 바람이 점차 거세지며 모래가 쏟아지더니 결국 무릎까지 차올랐습니다. 저희는 놀라 밖으로 달아났습니다. 거의 다 나왔을 무렵 문이 닫혀버려 결국 한 사람은 모래에 파묻혀 죽고 말았습니다. 이에 (저희는) 함께 땅에 술을 부어 사죄하고 다시는 무덤을 파헤치지 않기로 약속하였습니다." ...(하략)

劉晏判官李邈. 莊在高陵. 莊客欠租課. 積五六年. 邈因罷歸莊. 方將責之. 見倉庫盈美. 輸尙未畢. 邈怪問. 悉曰. "某久爲盜. 近聞一古冢. 冢西去莊十里. 極高大. 入松林二百步. 方至墓. 墓側有碑. 斷倒草中. 字磨滅不可讀. 初旁掘數十丈. 遇一石門. 錮以鐵汁. 累日洋糞沃之. 方開. 開時. 箭出如雨. 射殺數人. 眾懼欲出. 某審無他必設機耳. 乃令投石其中. 每投. 箭輒出. 投十餘石. 箭不復發. 因列炬而入. 至開重門. 有木人數十. 張目運劍. 又傷數人. 眾以棒擊之. 兵仗悉落. 四壁各畵兵衞之像. 南壁有大漆棺. 懸以鐵索. 其下金玉珠璣堆積. 眾懼. 未即掠之. 棺兩角忽颯颯風起. 有沙撲人面. 須臾風甚. 沙出如注. 遂沒至髁. 眾驚恐退走. 比出. 門已塞矣. 一人復爲沙埋死. 乃同酹地謝之. 誓不發冢."...(하략)

-  태평광기太平廣記 권卷390 총묘塚墓2 이막李邈, p.3115.

여기 나오는 고릉은 당대 수도 장안(경조)의 기현이었던 고릉현으로 오늘날 시안이다. 이곳에는 사냥터가 있고, 아래 보이는 경수와 위수의 청탁이 나뉘는 경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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