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
경술국치, 대한제국이 멸망하던 날 본문
국권 피탈, 즉 경술국치 다음날(1910.8.30.), 황성皇城엔 더 이상 황제皇帝가 없기에 황성신문皇城新聞은 한성신문漢城新聞으로 이름을 바꿨다. 제호 사이로 여전히 태극기는 펄럭이지만 귀퉁이 날짜는 융희隆熙4년 대신 명치明治39년으로 바뀌었다.
흥미로운 것은 제호 아래 첫 기사는 조선귀족령朝鮮貴族令이다. 조선 귀족들의 현실적인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이 급선무였던 모양이다. 다음 2면에는 순종純宗의 조칙과 칙유, ‘일한합병조약문日韓合倂條約文’ 그리고 메이지 천황의 조서와 한(대한제국)황실 대우 조서가 실려 있다. 순종의 조서나 칙유, 조약문은 일본이 간여해 작성한 것일 터, 메이지 천황의 조서를 옮겨본다.
짐이 동양의 평화를 영원히 유지하여 제국의 안전을 장래에 보장할 필요를 생각하며 또한 평상시 한국이 화란의 연원 됨을 고려하여 지난번 짐의 정부로 하여금 한국정부와 협정하게 하고 한국을 제국의 보호 아래 둠으로써 화의 근원을 끊고 평화를 확보함을 바라는지라.
4년 여에 걸쳐 그 사이 짐의 정부는 예의 한국 시정의 개선에 노력하여 그 공적 또한 볼만한 것이 있으나 한국의 현재 제도는 아직 치안의 유지를 완전케 하기 충분치 못하니, 의구심이 매번 국내에 만연하여 백성이 그 거처가 편안치 못하니, 공공의 안녕을 유지하여 민중의 복리를 증진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제도를 혁신함을 피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라.
짐은 한국 황제폐하와 함께 이 사태를 감독하고 한국을 들어 일본제국에 합병해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부득이한 바가 있음을 생각하여 이에 영구히 한국을 제국에 합병하니라.
한국황제폐하와 그 황실 각 구성원은 병합 후라도 상당한 대우를 받을지며 민중은 직접 짐의 보살핌(綏撫) 아래 서서 그 복덕을 증진할 지며 산업과 무역은 치세 하에 현저한 발달을 보게 될지니 동양의 평화가 이 덕분에 더욱 그 기초를 공고하게 함이 짐은 믿어 의심치 아니하는 바라.
짐은 특히 조선총독을 두고 짐의 명을 받들어 육해군을 통솔하며 제반 정무를 맡길 것이니 관리들(百官有司)은 극히 짐의 뜻을 체득하고 일에 종사하여 시설의 완급을 득해서 사람들(衆庶)로 하여금 영원히 치세의 경사에 힘입게 하도록 기대할지어다.
바로 이어져 있는 한(국) 황실 대우 조서는 다음과 같다.
짐이 천양무궁天壤無窮의 터전을 넓혀 나라의 특별한 예우를 갖추고자 하여 전 한국황제韓國皇帝를 책봉하여 왕을 하게 하고 창덕궁昌德宮 이왕李王이라고 부르니 사후 이 자리를 세습하여 그 종사를 받들게 하며 황태자 및 장래 후사를 이을 자를 왕세자로 삼고, 태황제太皇帝를 태왕太王을 삼아 덕수궁德壽宮 이태왕李太王이라고 부르고 각 그 배우자를 왕비, 태왕비, 또는 왕세자비로 삼아 나란히 황족예로 대우하여 특히 ‘전하殿下’라는 경칭을 사용케 하나니 세가世家가 따라야 할 도리에 대해서는 짐이 당연히 그 의식 제도를 따로 정해 이가李家의 자손으로 하여금 대대로 영화를 누리게 하고 복리를 증진하여 영원히 안식을 향유케 할지라. 이에 사람들에게 선포(宣示)하여 특수한 전범을 밝힘.
황족대우조칙도 함께 반포되었다.
짐이 특별히 이강李堈과 이희李熹(고종의 형, 이재면李載冕을 말함.)는 이왕의 의친懿親(정이 두터운 친척)으로 명성이 자자하여 근역槿域의 명망이 있는지라. 이에 각별한 대우를 더하고 그 예의제도를 풍족하게 할지라. 이에 특히 공으로 삼고 그 배우자를 공비로 하고 나란히 대우하기를 황족의 예로 하며 ‘전하’라는 경칭을 사용하게 하고 자손에게 그 영예로운 작위를 세습하게 하여 영원히 (천황의) 은총을 향유하게 함.
나라는 망하고, 책임 있는 대신들은 목숨을 초개같이 버렸건만, 나라가 아닌 권력을 탐해 동분서주했던 이왕실은 대대손손 영구히 천황의 은총을 입을 뻔했다. 일본이 패망하지 않았더라면. 을사오적이 나라를 팔아먹었다면, 그 나라를 매물로 만든 건, 나라를 가져서는 권력욕에 탐닉하고 자기 치장에 여념이 없다가, 나라를 잃고는 내내 호의호식했던 ‘이태왕’과 그의 가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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