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
(진서) 북연의 초대 황제, 고구려계 모용운 본문
후연後燕과 북연 北燕을 잇는, 북연 초대 황제 모용운慕容雲의 전기로 진서晉書(재기載記)에 실려 있다. 모용운은 본디 고씨로 고구려 왕족의 지파였다. 고구려 출신인 모용운이 천왕天王으로 추대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를 추대한 풍발馮跋 역시 고씨高氏를 명문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모용씨 선비족과 고구려의 관계, 경계를 이동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모용운 慕容雲
모용운慕容雲의 자는 자우子雨로 모용보慕容寶의 양자다. 조부 화和는 고구려 왕족의 지파로 스스로 고양씨高陽氏의 후손이라 하여 고高를 성으로 삼았다. 운은 사려 깊고 체계적인 사고력을 갖추었으며 중후하고 말수가 적었다. 사람들이 모두 우매한 것 아닌가 생각했으나 오직 풍발馮跋 만은 그의 뜻을 높이 사서 벗으로 삼았다. 모용보가 태자가 되자 운을 무예급사武藝給事로 등에서 동궁을 보좌하게 하고 시어사侍御郎에 배수했다. 모용회慕容會의 군대를 습격해 격파했다. 모용보가 아들로 삼아 모용씨를 하사하고 석양공夕陽公에 봉했다.
희가 부씨를 장사지낼 때 풍발이 운을 찾아가 이를 알리고 계책을 도모하려 했다. 운은 두려워하며 “내가 아이였을 때 여러 해를 앓았던 것을 경들은 알고 있을 것이니 바라건데 다시 (다른 사람과) 추진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풍발이 강권하며 말했다. “모용씨慕容氏의 시대가 쇠퇴하고 하간河間(하간왕 모용희)은 포악한데다 요망하고 음탕한 계집에 빠져 곧 반역과 반란이 일상이 될 터, 이리되면 백성들은 그 피해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란을 생각하는 사람이 열 집에 하나가 되었으니 이는 하늘이 (나라를) 망하게 할 때입니다. 공은 명문가 고씨인데 어찌 그의 양자로 사십니까! 이제 세상이 뒤집어질 때입니다.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절호의 기회인데 공은 어찌하여 사양하신단 말입니까!” 그를 붙잡고 나갔다. 모용운이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병을 앓아 세상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소. 경이 이제 대사를 도모하는 데 잘못 보고 추대하는 것일 수 있소. 그래서 이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건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이니, 실로 덕이 부족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염려되기 때문이오.” 풍발 등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탓에 결국 운이 천왕天王의 자리에 올라 다시 고씨성을 쓰고 경내에 대사大赦(전국에 사면령을 내려)를 실시해 사죄 이하 죄수를 용서했다. 연호를 정시正始로 바꾸고 국호를 대연大燕이라 풍발馮跋을 시중侍中 도독중외제군사都督中外諸軍事 정북대장군征北大將軍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 녹상서사錄尚書事 무읍공武邑公으로 삼고 백伯, 자子, 남男, 향후鄉侯와 정후亭侯 50여 인을 임명하고 사졸들에게는 곡식과 옷감을 차등 있게 나눠주었다. 모용희의 관리들도 작위를 보전해 주었다. 그리고 처 이씨李氏를 천황후天王后에, 아들 팽彭을 태자로 삼았다.
월기교위越騎校尉 모여량慕輿良 모반을 하자 운이 그를 죽였다.
모용운이 동당東堂에 들어서자 환관 이반離班과 도인桃仁이 검을 품 안에 넣고 종이를 들고 보고할 것이 있다고 들어와서는 검을 꺼내 운을 찔렀다. 운이 책상을 들어 이반을 막자 도인이 달려들어 시해했다. 풍발이 운의 시신을 동궁으로 옮기고 혜의황제惠懿皇帝란 시호를 내렸다. 운은 자신이 세운 공덕도 없이 호걸에게 추대된 탓에 늘 의구심을 품었다. 그래서 장사를 길러 복심으로 삼았는데, 이반과 도인 등이 금위禁衞를 도맡았다. 그들에게 경호(爪牙)의 임무(매우 중요한 임무)를 처리하게 하고 한 달이면 상으로 수천만을 주었으며 자나 깨나 입는 것, 먹을 것을 똑같이 했는데, 결국 그들에게 패망한 것이다.
- 晉書 卷124 慕容雲, pp.3108~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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