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

(문고판) 서역西域 (하네다 아키라 등, 1989, 가와데쇼보신샤) 본문

오늘의 고전

(문고판) 서역西域 (하네다 아키라 등, 1989, 가와데쇼보신샤)

자불어 2023. 9. 10. 16:47
728x90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에서 나온 “세계의 역사” 시리즈 총 24책 중 제10책이다. 1989년 11월 4일 초판이 발행되었다. 이하 소개하는 책은 2007년 5월 20일 발간된 7쇄본(가격 850엔, 세별)이다. 그런 점에서 다소 오래된 저작이라 하겠으나, 여전히 이 방면의 교양서적으로 생명력은 여전하다 하겠다. 겉표지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책 소개가 있다.

사막과 “방황하는 호수”가 있는 중앙아시아에서 동서교류의 길 실크로드를 살펴보고 사막에서 사라진 오아시스 국가를 돌아보며 그 항쟁·흥망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세계사의 공백을 처음으로 메운 서역에 관한 획기적 통사”

저자는 하네다 아키라 羽田 明(1910~1989) 등 3명이다. 하네다 아키라는 일본의 역사학자, 교토대학 명예교수. 그리고 저명한 동양사학자 하네다 도루(羽田 亨)의 아들이다. 1910년 교토에서 태어나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동양사학과에서 수학했다. 1934년 졸업했다. 이후 교토대학 교양학부 조교수, 교수가 되고 1962년 교토대학에서 “中央アジア史研究(近世篇)[중앙아시아사연구(근세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7년부터 동 대학 교양부장이 되고 1970년 문학부로 옮겨가 서남아시아사 강좌의 초대 주임교수가 되었다. 1973년 교토대학에서 정년하고 명예교수가 되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_ 사막과 오아시스 _ 서역 탐험 시대 _ 모래에 묻힌 기록 _ 서역의 여명 _ 실크로드의 개척 _ 유목민족의 활동 _ 당과 사라센 _ 투르키스탄의 둥장 _ 몽골족의 세기 _ 티무르 제국 _ 영웅의 후손들 _ 에필로그

프롤로그 부분을 번역해 소개한다.


프롤로그

 

중국은 그 지형 구조나 큰 강의 배치, 주민의 분포, 역사, 정치형태까지도 중앙아시아와의 관계를 살펴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 (독일) 리히트 호펜

고대 로마인들은 “빛은 동방에서”라며 그들이 사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동쪽 바다 위에 황금의 섬이 있다고 믿었다. 반면 고대 중국인들은 그들의 이상향이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멀리 서쪽 어딘가에 있다고 상상했다. 현존하는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 보이는 곤륜산崑崙山 설화는 대표적인 일례라 할 수 있다. 산해경은 “오장산경五藏山經”. “해외경海外經”. “해내경海內經” 등 5부분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유가儒家적 합리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신화나 전설의 보고다. 그럼 산해경에 나오는 곤륜설화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다.

곤륜은 중국 서북쪽 끝, 천제가 창조한 둘레 800리(4500km), 높이 1만 길(20,000m)의 지상낙원으로 하수河水(황하), 적수赤水, 양수洋水, 흑수黑水라고 불리는 4개의 하천의 발원지에 해당한다.

“그곳에는 신기한 나무가 자라는데, 모습은 배나무와 비슷하고 꽃은 노란색으로 ‘사당沙棠’이라고 부른다. 수화 水禍를 방지하는 효능이 있어 이것을 먹으면 물속에 빠져도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 신기한 나무가 자란다. 이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불로장생老長生의 효과가 있어 ‘불사수不死樹’라고 불린다. 쿤룬산맥 주변에는 많은 산이 있다. 그리고 이 산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푸스 산의 신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신이 살고 있다. 신이라고는 하나 이상한 모습을 한 것뿐으로 일례로 “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의 원형임이 분명한 원숭이 모습의 신선은 그 중 하나다. 서쪽의 옥산에는 무서운 반인반수半人半獸 여신인 서왕모가 있다. 서왕모는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영험한 과일을 훔쳐먹고 불로불사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반도蟠桃(복숭아) 과수원을 관리하는 아름다운 선인 수장으로 나온다.

곤륜 설화는 서북쪽이 높고 황하를 비롯한 여러 대하천이 모두 동남쪽으로 흐르는 중국 지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산악지대의 서쪽 저편에 이상향이 있다고 상상한 것은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신화라든가 전설을 포함하여 중국 고대 문화유산 가운데 태고적부터 중국과 서방의 문화 세계 사이에 교류가 있었고 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흔적이 적지 않다는 것 역시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신화, 설화 전설 상의 서방, 중국에서 본 서쪽 지역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동양학의 개척자 중 한 명인 아벨 레뮈자(Jean-Pierre Abel-Rémusat, 1788~1833)는 중국을 아시아 동쪽 끝 고립 국가, 세계의 다른 부분과 분리된 나라로 생각했던 것은 진작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당연히 동의하며 어떤 이의도 있을 수 없다. 서역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고 중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일단은 ‘서역’이라는 단어부터 살펴보자.

기원전 1세기경부터 보편적인 용어가 된 서역이라는 말에는 광의의 개념과 협의의 개념이 있다.

먼저 광의의 개념은 중앙아시아는 물론 서아시아, 그 옆에 있는 유럽도 중국에서 볼 때는 모두 서쪽으로 이 지역 모두 서역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다. 원래 ‘서역’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육지로 이어진 ‘서쪽의 여러 지역’을 말하는 것이니 당연한 해석이라 하겠다. 한대 이후 왕조마다 편찬된 관찬 역사서, 즉 정사에는 중국과 서방 국가와의 관계, 또는 그 나라의 사정을 기록한 ‘서역전’을 수록하고 있다. 내용은 상당한 출입이 있으나 여기서 서역은 넓은 의미로 사용했다. 협의의 서역 개념은 우선 한대漢代의 ‘서역36국’을 떠올린다. 이 지역은 한의 지배하에 있던 동투르키스탄 또는 타림분지(신장위구르자치구 중 천산이남 지방)에 상당한다. 그러나 이 경계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정체 세력이 가장 확대된 시대에는 파미르 이서 서투르키스탄까지 포함했으니 이 지역은 오히려 중앙아시아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라는 말도 사실 편의에 따른 것으로 지난 세기 이래 유럽인이 득세하면서 사용한 것인지라 이 역시 애매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래서 앞머리에 인용한 19세기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 호펜(1833~1904)의 명저 “중국”에 나온 구절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중앙아시아에 대해 가장 명쾌한 정의를 내렸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중앙아시아는 아시아 대륙 내부, 바다로 흘러나가지 않는 강과 호수가 분포하는 여러 지역, 즉 몽골리아이 대부분, 중가리아, 티베트 북부, 동서투르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북반 등이다. 현재의 용어로는 내륙아시아라는 것에 가깝다.

이 중앙아시아의 여러 지역은 중국과 가까이 있던 까닭에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내륙아시아사로서 서역사도 이 무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역 가운데 몽골리아만은, 원래 북방 유목민족인 북적北狄의 본거지로서 서역이라고 하기에는 딱 맞지 않는다. 앞서 이상향이라는 단어의 개념 영향도 있겠지만 서역이라는 어감으로 볼 때도 물산이 풍부한 서방 문명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게다가 서역의 역사, 특히 문화사의 주역은 유목민족보다 경작지의 여러 민족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내륙아시아 중에서도 일찍이 서방세계 문명의 영향을 받은 동・서투르키스탄 농경민족의 행보를 씨줄로 삼고, 또한 그것을 둘러싼 여러 민족, 특히 유목민족의 움직임을 날줄로 삼아 “서역”의 역사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그밖에 동방의 중국, 서쪽의 이란, 남쪽의 인도 등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서역의 역사는 대략 두 가지 측면을 가진다. 하나는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이 동아시아에서 볼 수 있듯 극명하게 대립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뒤섞여 생활하며 오히려 공생 관계에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서역이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육상교통의 중추부로 그런 의미에서 문화교류의 매개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이 두 측면은 뗄레야 뗄 수 없다. 이것이 서역사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서역의 역사는 서역이라는 말이 지닌 광의의 개념에서 동서교통사, 동서문화교류사와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동서교통사, 동서문화교류사 의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런 의도도 포함해서 이 책에서 충분히 다루어 보고자 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