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미쓰이에는 도쿠토미 소호의 최측근으로 매일신보와 경성일보 사장을 역임했다. 스스로 조선광朝鮮狂으로 자부할 정도로 조선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했고 김윤식, 윤치호, 최린, 최남선, 오세창, 김성수, 방태영, 최린, 송진우 등 당시 조선 지식인들과도 폭 넓게 교류했다. 3.1. 운동 이후 사이토 마코토가 총독으로 부임하자 그는 비선 자문역을 수행했다. 아래 편지는 그가 도쿄에 있으며 사이토에게 보낸 편지다. 작성일자는 1930년 5월 7일로, 이강이 은거를 청원하고 일본에 체재하고 있을 때다. 아베는 이 편지의 절반을 이강공에 할애했다. 그는 이강공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이하 그의 편지를 소개한다.
이래로 폐하의 안부를 아뢰지 못한 채 지내왔음은, 아무쪼록 황공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이라 삼가 아룁니다. 평소 귀하의 존귀한 뜻을 받들어 이강공李堈公을 벳푸(別府)에 방문하여 배알 올린 뒤로 세 차례의 왕복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도쿄(東京)로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교섭과 우여곡절 끝에 일단락되어 수년간의 현안을 무사히 결말지었으니 귀하께서도 마음을 놓으셨으리라 멀리서 헤아려 아룁니다. 자세한 내용은 고다마 총감(児玉総監)의 보고로 이미 알고 계시리라 여겨지오니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이번에 귀하 덕분에 대단히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중국 소설 등에서 읽은 바 있는, 음험하고 복잡한 궁중에서 형성된 어떤 특정한 인물 유형과 놀랍도록 흡사해서, 의심이 심하고, 경계심이 극도로 발달했고, 겉보기엔 여유롭고 느긋한 듯하면서도 몹시 섬세하며, 총명한 듯 하나 쉽게 속아넘어갈 정도로 단순하고, 실로 음란하고 자제력이 부족한 공자로, 만약 이런 인물을 소설로 써 올린다면 매우 훌륭한 전형적인 인물상이 형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괴로운 와중에도 이 인물을 자주 떠올리며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바입니다.
도쿄의 상황 역시 신문을 통해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그 외에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의회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무사히 통과될 것으로 생각되오나, 의회 이후 첫 번째 난관은 불경기 대응책으로, 오늘날의 추세로 미루어 짐작건대 그 심각성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누군가가 단호히 결단을 내려 불씨를 지필 만한 인물이 등장하여 뜻밖의 사태를 불러오는 일도 생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참으로 걱정스러워 견디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욱이 마쓰카타(松方) 시절에 시도한 긴축정책의 예를 보더라도, 그 당시에조차도 심각한 불황을 불러왔음은 이치상 당연한 일이고, 그 극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며,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긴축정책의 효과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긴 합니다만, 거기에는 시대 차이라는 요소가 자명히 존재하고 있어, 과연 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내각 역시 절대다수의 여당을 거느리고 있는 오늘, 중의원 쪽은 전혀 고려할 여지도 없으며, 귀족원에서 어느 정도 암초가 발견되더라도 결국은 어떻게든 돌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오나, 오늘날의 우려는 오히려 내부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무엇보다도 내각 각료 가운데 우가키 육군상(宇垣陸相)을 두고 ‘기계 속의 윤활유’라고 평하는 자도 있어, 여기 역시 약한 고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요즘 야당에서는 군축 문제로 육군상에게 연이은 질문 공세를 시도하고 있으니, 이 역시 그 점을 겨냥한 것인 듯 합니다. 또 하나는, 추밀원(枢密院) 내부에도 세간에서는 정우당(政友派)에 동정하는 인물이 많다고 보고 있는데, 이 역시 전혀 터무니없는 억측은 아닌 듯 보입니다. 다수라고 해서 반드시 안심할 수 없고, 소수라고 해도 그냥 좌절할 것은 아니니, 그 점이 이른바 세간의 묘미라 할 수 있겠지요. 우선은 위와 같이 아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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