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사 데이터베이스인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독립운동가가 남긴 자료와 독립운동 관련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다. 올해 광복절은 광복 80주년이기에 더 뜻깊다. 오늘은 여기서 서비스하는 자료 중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가 모은 기록인 데라우치 문서 속 이강공(전 의친왕)의 편지를 소개한다. 의친왕은 3.1. 운동 직후 망명사건으로 '독립운동가'로 분식되어 있는데,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독립운동과는 영 딴판이다. 이 편지 역시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편지의 작성일자는 1914년 12월 12일, 수신자는 데라우치 마사타케다. 어떤 이들은 이강이 일본행을 극렬 반대했다고 하는데, 이 편지에서 그는 메이치 천황의 무덤도 참배하고 싶고, 또 일본에서 체재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그 뜻을 전달하지 않는다며 항의했던 것을 보면 늘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또한 사동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가 사동궁 양관을 몹시 싫어했음을 알 수 있다. (이강은 실제 사동궁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편지의 본문은 아래와 같다.
(사본)
삼가 아룁니다.
각처의 날씨가 고르지 못한 가운데, 존체께서 절기에 따라 복이 더욱하시기를 우러르며, 시절이 함께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제가 지난날 직접 뵙고 인사드리고자 먼저 시기를 살핀 것이 두세 차례에 이르렀습니다만 끝내 만남을 사양하시어 제가 속에 품은 말을 드러내지 못하였습니다. 그 억눌린 심정이 마치 목에 무엇이 걸린 것과 같습니다.
또한 삼가 모모야마 어릉(桃山御陵: 메이지 천황 무덤)을 참배하고자 했는데 고미야(小宮) (이왕직)차관이 와서 “각하께서 제가 도쿄로 올라가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 까닭을 묻자, “제가 혹 도쿄라도 가면 반드시 중요한 관료나 주요 인사를 만나면 각하의 정치를 수행하는 데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 제가 평소 서신으로만 뵈었을 뿐인데, 각하께서 어찌 북극 같이 멀다 여기십니까? 이는 참으로 제 스스로를 돌아볼 일입니다만 아무 까닭 없이 의심을 받으니 매우 송구하고 두렵습니다. 다시 다른 곳에서 탐문해 보니, “각하의 지시는 정치적 관계 때문은 아니지만 무슨 사연인지는 정확히 말씀 주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웃고 말았습니다. 각하께서 밝은 감식안으로 중상하는 사람의 말을 쉽사리 받아들이시고, 제 속사정은 끝까지 캐묻지 않으시니, 저는 그 울분을 품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긴 한숨만 내쉴 뿐입니다.
이번에 미국인 모리스(毛利: J. H. MORRIS) 씨의 토지 및 가옥 매입 사건을 말씀드리자면, 중상하는 사람이 꾸며낸 말이 얼마나 심했을까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저택은 비록 새로 지었다 하나 제 마음에 맞지 않는 점이 매우 많고, 공사 품질은 비용에 미치지 못해 헛되이 재산에 큰 손상만 입혔습니다. 게다가 건축 당시 제가 하는 말은 하나도 듣지 않고, 매번 ‘비경제’적이라는 세 글자를 방패막이로 삼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건축 담당자가 경제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던 것은 하나하나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저 그 ‘비경제’(적)이라는 말은 단지 제 입을 막기 위해 준비해 둔 구호일 뿐이니,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집과 대지가 제 마음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매입이 이루어진 것이지, 다른 까닭은 전혀 없습니다. 각하께서 만약 이를 잘 살펴보신다면 결코 저를 의심하지 않으실 텐데 다만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으니 어찌하겠습니까.
근래에 저는 신경쇠약으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으므로, 도쿄로 가서 치료와 요양을 하고자 해서 그 이유를 각하께 아뢴다는 뜻으로 (이강)공가 사무관에게 말했더니 그들은 여기저기서 말리기만 할 뿐 애당초 거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체면상 지극히 무례한 일입니다.
바라건대 각하께서 이를 훤히 살펴보시고, 속히 답신 주시기를 바랍니다. 종이로는 모두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삼가 각하의 공로와 안녕을 기원합니다.
다이쇼3년(1914) 12월 12일 이강 재배
데라우치 총독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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