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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 중국에 배운다(미야자키 이치사다, 1986, 추코문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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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 중국에 배운다(미야자키 이치사다, 1986, 추코문고)

자불어 2023. 9.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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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코문고中公文庫로 나온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 1901~1995)의 “중국에서 배운다(中國に學ぶ)”다. 초판은 1986년 9월 10일이나 본 책은 1998년 2월 20일 7판(가격 699엔, 세별)이다. 겉표지 뒷면의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중국에 공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중국사학 분야일 것이다.”라는 깊은 인식에 기초해 중국의 사상, 역사, 민속, 인물 서적을 이야기하고 정치, 시사를 논한다. 나아가 우리가 중국에서 배울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단서를 제시하는 명작 에세이

저자인 마야자키 이치사다는 일본의 중국 사학, 그 가운데서도 교토학파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학자다. 우리나라에서도 나가노 현 북부 이야마 시(飯山市)에서 태어났다. 1925년 교토대학 문학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1936년 파리로 유학해 아랍어를 공부했으며 1944년 교토대학 교수가 되고 1965년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가 되었다. 1960~65년 파리, 하버드, 함부르크, 보훔 각 대학에 객원 교수로 초빙되었다. 전공은 중국 사회, 경제, 제도사다. 학문적으로는 물론, 대중적 글쓰기에도 뛰어나 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아직까지도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저작이 번역 소개되어 팬이 있을 정도다.

본서 외에도 추코 문고로 나온 전저로 “과거-중국의 시험지옥”, “서아시아유기”, “아시아사개설”, “수양제(隋の煬帝)”, “목미木米와 영옹永翁”, “대당제국大唐帝國–중국의 중세”, “중국정치논집-왕안석王安石에서 모택동毛澤東까지”, “수수께끼의 칠지도七支刀-5세기 동아시아와 일본”, “수호전水滸傳-허구 가운데 사실”, “옹정제雍正帝-중국의 독재군주”, “해뜨는 나라와 해지는 곳”, “구품관인법九品官人法의 역사-과거전사科擧前史”, 편저로 “세계의 역사6(송宋과 원元)”이 있다.
본서의 목차(수록된 에세이)는 다음과 같다.

서언(はしがき)

Ⅰ. 사상思想
  중국인의 역사관(中国人の歴史観)
  중국사상의 특질(中国思想の特質)
  완물상지玩物喪志
  “모두 깊은 뜻이 있다”(「盖シ深意アリ」)
  신선의 삶(神仙の暮らし)

Ⅱ. 역사歴史 ·민속民俗
  중국에서 사치의 변천-넘치는 것과 부족한 것을 논함(中国における奢侈の変遷-羨不足論)
  용의 발톱은 몇 개인가(竜の爪は何本か)
  수당 문화의 본질(隋唐文化の本質)
  송대의 대학생 생활(宋代の太学生生活)
  중국의 농민운동(中国の農民運動)
  과거와 관절(科挙と関節)
  중국 상인 기질(中国商人気質)

Ⅲ. 인물人物
  중국의 인물과 일본의 인물(中国の人物と日本の人物)
  왕안석王安石
  건륭제에서 모택동으로-넘치는 것과 부족한 것을 이어 논함(乾隆帝から毛沢東へ-続羨不足論)
  양주와 오경재(揚州と呉敬梓)
  석달개의 일기에 대해(石達開の日記について)

Ⅳ. 서적(書物)
  사기史記
  삼국지연의三国志演義
  모주석어록毛主席語録
  논어의 학이 제일(論語の学而第一)

Ⅴ. 시사時事
  문화대혁명의 역사적 의의(文化大革命の歴史的意義)
  전문에 대한 오해(専門に対する誤解)
  중국을 보는 눈(中国を見る眼)
 
Ⅵ. 중국과 구미(中国と欧米)
  구미인과 동양(欧米人と東洋)
  프랑스에서 중국 취미의 시대(フランスにおけるシナ趣味の時代)
  파리에서 온 편지(パリからの手紙)
  파리대학 문학부 교수회(パリ大学文学部の教授会)
  콜레주 드 프랑스(コレジ·ド·フランス)
  미국에서 중국 연구 엿보기(アメリカにおける中国研究瞥見)
  독일 학계 통신(ドイツ学界通信)
  독일에서 돌아와서(ドイツから帰って)
  이탈리아의 미니 학회(イタリアのミニ学会)

Ⅶ. 스승과 벗을 생각하다-중국을 공부한 사람들(師友を偲ぶー中国を学んだ人々)
  독창적인 중국학자 나이토 고난 박사(独創的なシナ学者内藤湖南博士)
  “나이토 고난 전집”을 간행하며(「内藤湖南全集」 刊行によせて)
  구와바라 지츠조 박사에 대해(桑原隲蔵博士について)
  구와바라 사학의 입장(桑原史学の立場)
  야노 박사의 추억(矢野博士の追憶)
  야노 박사의 동양사학(矢野博士の東洋史学)
  잊을 수 없는 사람-프랑스 중국학자 발라드 교수(忘れ得ぬ人ーフランスのシナ学者·バラジ教授)
  아베 다케오 군 유작 서 첫 번째(安部健夫君遺著の序 その一)
  아베 다케오 군 유작 서 두 번째(安部健夫君遺著の序 その二)

(부록) 고희의 시[(附) 古稀の詩]
중국역대표中国歴代表
후서(あとがき)
이 뒤에는 도나미 마모루(礪波 護)의 해설이 있다. 이하 서언(はしがき)을 번역해 소개한다.


서언


1922년 역사학 연구의 뜻을 품고 교토에 와서(上洛) 교토대학 문학부에 입학한 지 벌써 50년이 흘렀다. 흔들리는 인력거를 타고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교토 시내를 지나쳐 시시가타니(鹿ヶ谷)의 정토사 하숙집에 처음 도착했던 때가 마치 어제오늘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후 하숙집을 옮기고 거처를 바꾸며 외국으로 오가고 군역으로 분주했다가 학업을 마친 뒤 학생들에게 강의하다가 정신을 차려 자신을 돌아보니 현재의 거처가 50년 전 하숙집 목전에 있다. 불과 몇백 미터 거리를 움직여 여기까지 오는 데 이리 긴 세월이 필요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니 쓴 웃음만 난다.

잡글을 쓰는 것은 역사학자의 할 일이 아니라며 마음먹었지만 오랜 세월 못쓰게 만들어 놓은 원고지(反故紙)가 쌓여 있는 데다 정년 후인 요즘은 논문보다 잡글 쓰는 일이 늘었다. 이것들 가운데 가려 뽑은 것이 이 책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이것저것 뒤죽박죽인데다 산만하여 결말이 없다. 다 읽고 나면 아무 인상도 남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단,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중국 고금의 서적에 익숙해진 나머지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방법, 생각하는 방식이 부지불식간에 중국식으로 감화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인에게 물어보면 자신도 그리 느낀다고 한다. 세상은 백안시하면서도 건널 수 있다고 말하는 내 발상도 아무래도 중국으로부터 배운 것 같다.

요시다 산록(吉田山麓)의 집에서,
미야자키 이치사다

 

*표지 그림은 히라야마 유키오(平山郁夫)의 황하석양(黃河夕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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