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
현해탄玄海灘,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 본문
현해탄은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가리켰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현해탄을 "대한해협 남쪽, 일본 후쿠오카현(福岡縣) 서북쪽에 있는 바다. 우리나라와 규슈(九州)를 잇는 통로로, 수심이 얕고 풍파가 심하다. 쓰시마(對馬) 해류가 동북쪽으로 흐르고 동해 해류가 남쪽으로 흐르며, 방어ㆍ정어리 따위의 난류성 어류가 많이 잡힌다."고 정의하였다. 네이버 한자 사전에는 일본어 “겐카이나다”를 우리식 발음으로 읽은 것이라 하였다. 한편 요즘 쓰는 일본어 겐카이나다는 현해탄이 아니라 “玄界灘(현계탄)”이다. 심지어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玄海灘”은 바다를 뜻을 가진 글자 두 개를 중첩해 쓴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 하였다. 이상 사전적 정의를 정리하면 현해탄은 오랫동안 일본 사이의 바다를 가리켰지만, 이는 잘못 쓴 것이며, 후쿠오카 앞바다, 후쿠오카와 이키 섬 사이의 바다만을 의미한다.
그럼 현해탄은 언제부터 한국과 일본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을까? 현해탄이 본래 우리말에서 나온 단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 문헌에서는 현해탄의 용례는 물론 이 바다를 뭐라고 불렀는지도 찾기 어렵다. 몇 종의 동사록(東槎錄: 통신사 사행기록)을 뒤져봐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바다 이름이라고는 고작 “남해(南海)”가 나올 뿐이다. 지금까지 찾은 용례 가운데, 현해탄이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우리 기록은 황성신문 1904년 6월 23일자 “제이함대보고(第二艦隊報告)”다. 그러나 이 기사는 우리 기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일본해군 제2함대 사령관 명의의 전황보고를 그대로 번역, 전재한 것이다. 당시 기자가 원문을 무시하고, 오독하고 현계탄을 현해탄으로 잘못 기록했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 동 시기 일본 출판물을 찾아보니 유독 군사 관련 기록에서 “玄海灘” 이라는 용례가 많았다. 일본에서도 그렇게 썼었다. 예전엔 분명히.
위는 신체진격군가집(新体進撃軍歌集, 文友堂, 1894)에 등장하는 군가 “현해탄”이다. 현해탄은 제이군종정일기(第二軍從征日記, 田山花袋, 博文館, 1905) 등 러일전쟁을 전후한 시기, 일본의 전쟁선전물 등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진 듯하다. (당시 이 때 일본어 "현해탄"도 후쿠오카 앞바다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일본어 위키를 조금 더 전재하면,
“현玄은 어둡다, 검다는 의미다. 현해탄을 줄여 玄海라고도 부른다. 바다라는 의미를 중첩하여 사용한 현해탄玄海灘은 오기다. 옛날에는 '현계양(겐카이요, 玄界洋)'라고 썼고 이를 줄여 '현계(겐요, 玄洋)'라고도 불렀다."
“검은 색”은 오행에서 물을 상징하며, 방향은 북쪽이다. “겐카이나다”는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딱 맞는 이름이다.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연락선이 개설된 후, 조선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많은 한국인이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이 바다를 건넜을 것이다. 검디 검은 바닷물 위에서 느낀 두려움, 향수 등에 "현해탄"이란 단어가 더욱 가슴에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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