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
때에 맞춰 월식이 일어나는 것은 재앙이 아니다. 본문
世宗 58卷, 14年(1432 壬子 / 명 선덕(宣德) 7年) 12月 15日(庚子) 2번째기사
서운관에서 월식을 아뢰니, 승정원에 구식할 필요가 없음을 전지하다
○ 書雲觀以月食啓, 傳旨承政院曰:當食而食, 古人不以爲災。 況今日月已落, 食與不食未可知, 不可以爲災, 不必救食, 如何? 安崇善等啓: “上敎至當。”
서운관에서 월식을 보고하였다. 승정원에 전지하기를 “식이 일어나는 때 식이 일어나는 것은 옛 사람들도 재앙으로 여기지 않았다. 하물며 오늘은 달이 이미 졌으므로 월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재앙이라 할 수도 없으니 식을 계산할 필요가 머 있겠는가? 어찌 생각하는가?” 안숭선 등이 아뢰기를 “상교가 지당합니다.” 하였다.
늘 생각이 들었던 문제인데, 굳이 찾아보지 않다가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는 기사들이 있다. 분명히 중국 한대 이후 일식이나 월식의 예보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천인감응론에 의거하여 반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위의 기사에서 보면, 세종은 식이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는 것은 재이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관측도 불가한 경우에는 더더욱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기사를 보고, 처음에는 식이 있을 때 하는 여러 의례적인 행동은 역시 퍼포먼스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럼 일식이 일어나야 하는 때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 또는 일식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때 일식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늘 추산이 정확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일월식의 예보는 가능했지만 늘 정확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었을 테니... 제왕이 관천수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재앙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세종이 천문과 역법에 천착했던 이유 역시 바로 이런 재앙을 없애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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