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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비각: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1)

역사 마켓팅으로 새롭게 태어난 "대한제국", 그 실제를 들여다 보면 고구마도 이런 고구마가 없다. 드라마, 뮤지컬에서의 모습과 달리 고종은 자신을 잘해보겠다는 마음은 있어도 나라를 잘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 대표적 증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고종 어극 40년 칭경기념비와 비각이다. 교보문고 옆에 딱 달라붙어있어 지나가는 사람은 많아도 대개 그저 지나칠 뿐 유심히 들여다 보는 이는 별로 없다. 그럼 이 비석이 섰던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식, 그날을 돌아본다. 1. 고종 잔치를 결심하다. 1901년 12월 22일 동지, 훗날 순종이 될 황태자는 상소를 올렸다. “신자(臣子)가 군부(君父)에게 원하는 것은 오직 복록이 그치지 않고 장수하는 것뿐입니다. 때문에 나라의 경사는 그 일에 ..

세상 둘러보기 2021.07.27

대한제국? 대한국? 정식 국호는?

'대한제국'은 성공한 역사 마케팅 중 하나다. 실체에 접근하기보다는 격동의 근대에 우리가 좀 잘했으면 하는 심리에 (일본만 아니었으면) "잘했어", 또는 (계속 존속했더라면) "잘했을 거야"라는 애정이 더해져 매스미디어에는 곧잘 고종과 명성황후(민비)가 우국의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드라마나 소설을 역사로 보지 말아야' 하는 건 당연지사고 또 두 부부에게서 나라 살릴 마음이 없었다고 단언하기 어려우나 신하와 백성들은 나라를 살리겠다고 목숨을 내던지는 판에 일본 황실의 일원이 되어 호의호식하거나 정권욕에 불타 일가친척을 요지에 앉히고 미신에 휘둘려 국정을 농단했다는 점에 지나친 미화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각설하고, 조선이 독립을 선언하고 제국으로 국체를 바꾸고 국호도 바꾼 1897년 이후를 대한제국이라고..

이왕가 사람들 2021.07.21

(CCTV 논평) 불장난하다 타죽는 꼴 玩火自焚

요 며칠 전 미공군 특수작전비행단 C-146A 울프하운드가 타이베이 송산공항에 착륙했다. 송산공항 우리로 따지면 김포공항이다. (인천공항은 도원공항-중정공항) 울프하운드는 특수작전 지원(인력 및 화물 수송)을 수행한다. 민주당이 당선되면 좋을 듯했던 중국 입장에서 요즘 미국의 행동을 보면 당혹스러울 듯 하다. 미 군용기 대만 착륙 사건에 대해 CCTV(중국중앙전시대, 국영방송국)는 바로 논평을 냈다. 중국을 보면 더러 정부가 차마 못하지만, 진정 하고픈 이야기를 관영언론을 통해 발표하곤 한다. 이번 발표에도 "중국 인민의 피와 살점으로 만든 만리장성에 머리 박살, 피가 철철"이란 시진핑의 발언이 다시 나왔다. 중국 정부(방송국 포함) 논평을 보면, 전근대 조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옛날 토벌 조서를 보면..

중국 이야기 2021.07.20

기후 변화로 중국사를 읽다, 고금기후변천고古今氣候變遷考

예년에 비해 덥지 않는 여름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이러다 올해 쌀값이 대폭 오르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홍수와 산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독일이나 일본, 중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하튼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만은 틀림 없다. 전쟁, 질병만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의 변화는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마치 악성 종양과 같이 퍼지기 전까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느끼는 순간 그 충격은 엄청나다. 그런 까닭에 역사를 공부하며 기후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사 분야에서 근자의 대작으로는 마크 엘빈의 “코끼리의 후퇴”가 있다. 그 선구적인 연구로서 추초칭의 고금기후변천고를 소개한다. 민국시대, 학문을 음미할 수 있는 좋은 글이다. 추초칭의 고금기후변천고(古今..

오늘의 고전 2021.07.19

청나라 황실의 청동기 카탈로그, 서청고감西淸古鑑

40권 부록 전록 16권 / 42책, 4함(건륭내부각본) 건륭제(乾隆帝)는 예술품의 수집과 정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서청고감도 건륭제의 이런 관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청대 궁정 소정 고대 청동기를 수록한 대형 도감으로 송대 고고도(考古圖)나 선화박고도(宣和博古圖)의 형식을 본떠 체제를 구성하였다. 상주시대부터 당대 동기(銅器)까지 1529건(동경 포함)을 매 건마다 도안, 명칭, 크기와 중량, 명문 및 명문의 주석을 수록하였다. 상주 제기가 많다. 청 양시정(梁詩正) 등이 칙명을 받들어 찬수했다. 1749년(건륭14) 시작하여 1755년(건륭20) 완성했다. 건륭20년 무영전(武英殿) 각본이다. 광곽은 29.5cm×22.6cm, 각 페이지(반면)는 10행이며 한 행에는 18자를 넣었다. 백구 단어..

오늘의 고전 2021.07.16

현해탄玄海灘,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

현해탄은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가리켰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현해탄을 "대한해협 남쪽, 일본 후쿠오카현(福岡縣) 서북쪽에 있는 바다. 우리나라와 규슈(九州)를 잇는 통로로, 수심이 얕고 풍파가 심하다. 쓰시마(對馬) 해류가 동북쪽으로 흐르고 동해 해류가 남쪽으로 흐르며, 방어ㆍ정어리 따위의 난류성 어류가 많이 잡힌다."고 정의하였다. 네이버 한자 사전에는 일본어 “겐카이나다”를 우리식 발음으로 읽은 것이라 하였다. 한편 요즘 쓰는 일본어 겐카이나다는 현해탄이 아니라 “玄界灘(현계탄)”이다. 심지어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玄海灘”은 바다를 뜻을 가진 글자 두 개를 중첩해 쓴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 하였다. 이상 사전적 정의를 정리하면 현해탄은 오랫동안 일본 사이의 바다를 가리켰지만, 이는 잘못 ..

세상 둘러보기 2021.07.09

당나라 현종, 꼭두각시를 읊다.

꼭두각시 인형을 읊다 傀儡吟 刻木牽絲作老翁, 鷄皮鶴髮與眞同. 須臾弄罷寂無事, 還似人生一夢中. 나무를 깎고 실을 당겨 늙은이를 만드니 닭살이며 백발이 진짜 같구나. 한 바탕 놀이가 끝나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해지니 그야말로 꿈같은 인생이로다. 당나라 현종(玄宗)이 읊은 시다. 현종 ‘개원(開元)의 성세’는 당의 절정기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천보(天寶) 14재(755) 안록산의 난의 발발하고 낙양과 장안의 방어에 실패하면서 자신은 애첩 양귀비와 제위를 잃고 나라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음악과 가무, 예술과 예능을 두루 즐겼던 현종이기에 이 시를 언제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안사의 난 이전에 지었다면 징험일 것이오, 그 이후에 지었다면 절창이 아닐까 싶다.

중국 이야기 2021.07.08

당, 이주(하미)를 상실하다.

이주는 오늘날의 하미이다. 태종 때 이오의 호인이 귀부하자 서이주를 설치했다.(630) 처음에는 기미주로 운영하다가 이주로 이름을 바꾸고 직할 주로 편재했다. 돈황 발견 천계원년 사주이주지지(沙州伊州地志)에 “보응연간(762~763) 토번에 함락되었다. 대중4년(860) 장의조가 수복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보응 원년 하서 제주는 여전히 건재했다. 아래 기록은 이주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원광정은 하서 수장이다. 천보말년 이주자사가 되었다. 안록산의 난으로 서북변경의 수비병이 반란 진압에 투입되면서 하서, 농우의 군읍이 모두 토번에 함락되었다. 오직 광정 만이 수년간 이주를 지켰다. 외부로부터 구원이 당도하지 않자 오랑캐는 여러 가지를 내밀며 꾀어냈지만 그는 끝내 굽히지 않았고 부하들도 뜻을 같이 ..

중국 이야기 2021.06.10

환채구비(煥彩溝碑)_한, 당의 공적비가 하나의 바위에

모난 돌이 정 맞듯이 사람들에게 스케치북처럼 보이는 돌도 있다. 울산 천전리 암각화는 누가 봐도 스케치북이나 광고판처럼 보인다. 저 멀리 서역에도 그런 바위가 있었나 보다. 사람들이 오래 산 터전은 다 이유가 있듯, 새기는 데도 다 이유가 있다. 환채구비가 있는 길은 사막 오아시스와 초원지대를 연결하는 통로로, 사막 오아시스는 여기를 통해 목재를 수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640년 고창국 원정 직전 당의 장수 강행본(姜行本)도 이 길로 나무를 가져와 투석기를 만들었다. 이하 설명은 마옹(馬雍)의 글을 옮긴다. 사진은 바이두에서 다운 받은 것인데, 글자는 못읽더라도 한번 가보고 싶다. 동한 영화5년(140) 환채구비(煥彩溝碑), 옛 사남후비(沙南侯碑) 환채구(또는 환차이거우)는 하미(哈密)에서 바리쿤(巴里坤..

중국 이야기 2021.05.30

중국 현대미술의 대가, 조선에서 사랑을 만나다.

장다첸(張大千)은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무언가 자료를 찾던 중 한 신문기사에서 그가 조선을 유람하고 조선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보고 사뭇 놀랐다. 그를 조선으로 초대한 일본인 에토 나미오(江藤濤雄)는 20세기 초 중국 시안에서 장사를 하던 중, 조선총독부박물관 소장품 구입차 중국에 갔던 동경제대 교수 세키노 다다시(關野 貞)의 조수 역할을 하며 후일 골동품상으로 성장한 자이다. (도쿄 우에노에 상점을 차릴 정도로) (위의 천녀산화는) 그가 그린 불교인물화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그림 속의 천녀는 사실 그의 이국 연인이었던 조선 소녀 지춘홍(池春紅)이다. 1927년 29세의 장다첸은 일본인 골동상 에토 나미오의 요청에 따라 일본 점령 하의 조선에 방문하여 금강산을 유람한..

세상 둘러보기 202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