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가 사람들

대한제국 군복? 영친왕 아동복!

자불어 2026. 3. 28. 01:10

대한제국 군복 가운데 영친왕 군복으로 전하는 것이 있다. 빨간색 상의(대례의)와 파란색 바지다. 혹자는 이 복장이 대한제국 친왕의 군복이라며 복원해 착용하곤 한다. 또한 대한제국의 다른 군복과 달리 흑색이 아닌 이유는 황족이기 때문에 차이를 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종, 순종 등 황제나 다른 황족에게서도 이런 색상의 군복을 착용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이하 이것에 대해 고증한다.

영친왕의 이 군복은 여러 학자가 지적하듯 1897년 5월 15일 반포한 육군장졸복장제식陸軍將卒服裝製式을 기초로 한 것이다. 이 옷에 해당하는 예복 규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옷감은 검은 벨벳으로 하고, 단추는 검은 실로 둥글게 짠 것으로 하며, 매듭 끝은 무궁화 모양으로 한다. 옷깃과 소매 끝은 붉은 벨벳으로 두르고, 좌우의 옷섶과 아래 가장자리는 검은 실로 넓게 짠 테두리를 두른다. 표장은 왼쪽에 달되, 다음과 같이 한다.
옷깃의 표장은 장관의 경우 위쪽 끝 가장자리에 ‘已’ 자 모양을 바로 세운 것과 거꾸로 한 모양의 금실 자수 테두리를 두르고, 아래쪽 끝에는 일자 모양의 금실 자수선을 두 줄, 가운데에는 한 줄을 둔다. 영관은 위쪽에 일자 모양 금실 자수선 한 줄, 아래쪽에는 두 줄을 두며, 위관은 위아래 끝에 각각 금실 자수선 한 줄씩을 둔다.
소매 표장은 사람 인(人) 자 모양의 금실 자수선으로 하며, 대장은 아홉 줄, 부장은 여덟 줄, 참장은 일곱 줄, 정령은 여섯 줄, 부령은 다섯 줄, 참령은 네 줄, 정위는 세 줄, 부위는 두 줄, 참위는 한 줄로 한다. 그리고 인자 모양 선의 위쪽 끝에는 모두 금실로 수놓은 무궁화 장식을 단다.
[詔曰明日晝茶禮百官入參, 대한제국 관보(639호), 1987.5.18.]


이 옷은 위 복제 규정과 달리 흑색이 아닌 홍색이다. 그럼에도 1897년의 복제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옷 앞부분에 갈비뼈처럼 끈을 여러 줄로 일정 간격으로 배치한 늑골형이기 때문이다. 1900년 개정 시 늑골형은 사라진다. 또한 1897년 규정이 아닌, 그 뒤의 제도가 적용된 부분도 볼 수 있다. 상의의 옷깃 표장에는 금실로 별 모양 자수가 들어가 있는데, 이는 1900년 이후의 규정을 따른 것이다.[이경미, 김민지. (2018). 영친왕의 육군 복식에 관한 연구. 복식, 68(2), pp.21-39.] 그런 점에서 이 옷을 특수 형식으로 간주하는 복식사 일반의 의견은 매우 타당하다.

이 옷의 소장처인 국립고궁박물관은 영친왕(1897~1970)이 3~4살 때(1900년경)에 입었다고 추정한다.(홈페이지) 이는 이 옷이 1900년 전후 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영친왕이 장교의 신분을 갖게 된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인 1907년이다. 영친왕은 11세로 육군보병 참위가 되었다. 소매의 자수선에 따르면 이 옷은 부장(副將)의 복장이다. 따라서 이 옷이 실제 군복이었다면 영친왕은 7계급 강등된 셈이다. 영친왕이 영창 갈 일이라도 했던 걸까? 규정과도 상이하고 진급 순차도 설명할 수 없는 이 옷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 옷은 영친왕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아동복이다. 그런 까닭에 색상도 화려하고 계급 표식도 장식도 과장한 것이다. 남자아이 절반이 장군이 되겠다던 시대, 사진관 또는 리어카 사진사들이 갖고 다니던 어린이 장군 복장을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별 네 개짜리 철모에 군복, 마치 패튼 장군이라도 된 듯 말이다.  

의친왕 전세 유물 가운데 이런 옷은 찾아볼 수 없다. 당연하다. 해당 육군 복제 제정 시, 그리고 영친왕에게 저 옷을 지어주던 때 의화군 또는 의친왕은 이미 성인이었다. 성인에게 아동복이 가당키나 할까. 게다가 의친왕은 그 시기 국내에 없었다. 의친왕이 육군 장교가 된 것은 1906년 4월 8일이다. 군복제도 또한 그사이 변화가 컸다. 늑골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요즘 같은 시대, 성인이 아동복을 입고 코스프레 다니는 건 자유다. 그러나 그것을 “고증” 혹은 “재현”이라고 한다면 틀린 것이다. "역사왜곡"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아까운 그저 그냥 엉터리에 불과하다.

영친왕 군복(아동복),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상의: 창덕23629, 하의: 창덕2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