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전위의 서수석각록 서문

뤄전위(羅振玉)의 여러 학술적 업적 가운데 손꼽는 것이 돈황문서를 필두로 한 서역 사료의 분석이다. 서수석각록은 신강지역 금석문을 모은 것으로 청의 신강 지배로 얻은 신사료다. 신해혁명으로 그동안 모아 뒀던 자료가 사라지자 그는 무전손繆荃孫(1844~1919)의 자료를 사용했다. 이 책은 1914년에 발간되었지만, 그는 멸망한 청조의 연호를 사용했다. 이는 이후 그의삶에 흑역사가 되는 만주국행의 단초를 보여준다 하겠다.

서수석각록서西陲石刻錄序

내 나이 17세에 처음으로 금석묵본을 수집했다. 강회에서의 성장기를 돌아보면 교유도 드물어 변경의 석묵본(탁본)을 접할 수 없었다. 수집품이라고는 배잠裴岑, 강행본姜行本 두 비석 탁본뿐 다른 것은 없었다. 광서 임진년(1892) 태수 오흥 사람 균보均甫 시보화施補華가 유평국치관성송劉平國治關城誦의 고증을 부탁했다. 또 사남후획각석沙南侯獲刻石을 더했는데 시군(시보화)의 속료(좌)인 장근과 공이 신강 정벌 시 종군하여 손수 뜬 탁본이다. 그리하여 서역 한각漢刻(한대 비석 탁본)을 세 건을 갖추고는 그 기쁨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리 집의 서성백徐星伯 선생의 서역수도기西域水道記에 수록된 여러 비석을 보았으나 모두 접하지 못했다.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다 보니 차츰 빠졌던 것을 갖추기 시작했다.

선통기원(1909) 다시 돈황 고권축古卷軸(옛 두루마리) 얻어보고 당 사본 <이씨재수공덕기李氏再修功德記>에 근거해 석본에 빠진 100여 자를 보충하고는 미칠 듯 기뻤다. 마치 한각 세 건을 얻었을 때 못지않았다. 작년 <석실일서石室佚書>를 교정하고 다시<이씨재수공덕기> 및 <삭훈비索勳碑>로 장의조張義潮의 가세家世를 확인했으며 <장의조전張義潮傳>을 지어 전사의 누락과 실수를 보정했다. 옛 석각으로 사실을 보완하는 데 변경 석각의 역할은 더 크기에 서역의 여러 비석으로 책 한 권을 썼다. 신해혁명을 거치며 30년간 그때까지 모아두었던 것을 꽤 잃어버렸다. 이에 무씨繆氏(무전손茂荃孫)의 예풍당장본藝風堂藏本을 빌려 보충해 <서수석각록西陲石刻録> 1권을 이루니 한漢부터 원元까지의 비석 15건이다. 묵본(탁본)을 보지 못한 것[예를 들면 금만현잔각金滿縣殘刻 같이]은 뺐다.

이 책에 수록한 내용 중 열에 예닐곱은 이미 다른 책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선현들의 경우 문생이나 서좌에 맡겨 쓰는 바람에 빠뜨리거나 잘못 쓴 것이 많다. 지금 직접 쓰며 하나하나 보정했다. 비석마다 여러 탁본을 모았거나 옛 탁본에 근거하여 고증해 얻는 바가 있으면 다음에 따로 기록하고자 하며 여기서는 비석을 옮겨 적기만 했다. 선통 갑인(1914) 2월

予年十有七, 始蓄金石墨本. 顧生長江淮間, 又罕交游, 於荒裔石墨不能致也. 巾笥所儲於<裴 岑>, <姜行本>兩刻外, 他皆無之. 光緒壬辰, 吴興施均甫太守[補華]寄<劉平國治關城誦>屬爲考證. 並媵以<沙南侯獲刻石>, 乃施君佐張勤果公西征戎幕時所手拓者. 於是遽備西域三漢刻, 爲之喜而不寐. 顧讀吾鄉徐星伯先生<西域水道記>所載諸碑, 尚不能致. 壯游四方, 始漸備其所無.

宣統紀元, 又得見燉煌古卷軸, 據唐寫本<李氏再修功德記>補石本闕泐百餘字, 爲之狂喜, 殆不異曩得三漢刻時也. 去歲既校定<石室佚書>, 復據<李氏再修功德記>及<索勳碑>得知張義潮家世, 據以作<張義潮傳>, 以補正前史闕失. 竊謂古刻之裨益史事以邊裔石刻爲尤宏. 於是擬將西陲諸碑勒爲一書. 而經辛亥之亂, 篋中所藏積三十年而漸致之者, 頗有紛失. 乃借繆氏藝風堂藏本以足之, 遂成<西陲石刻録>一卷. 由漢暨元, 得十有五碑, 而未見墨本者[如<水道記>所録<金滿縣殘刻>等], 則闕之.

此卷所録雖已見前人著録者十六七, 然前賢寫定往往假手門生書佐, 故多疏誤. 今手自寫定一一爲之補正. 一碑或參合數本, 或據舊拓, 其考證所得則俟異日别録之, 此固予寫碑例也. 宣統甲寅二月.

청년 시절의 뤄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