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
제갈량의 작명서, 제갈무후교련수 본문
"제갈무후교련수諸葛武侯巧連數"라는 책이 있다. 제갈무후는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을 말하며, 교련수는 비법의 숫자 배열을 뜻한다. 삼국지연의 지혜의 상징, 지능 100의 제갈량이 배열한 비밀 숫자 조합이라니, 당연히 눈에 확들어온다. 사실 이책은 중국에서 들어온 성명학(姓名學: 이름풀이) 서적이다. 제갈량의 이름을 같다 붙인, 실은 언제 누가 쓴 것인지 알 수 없다. 교련신수(巧連神數)라고도 불린다. 이름 각 글자의 획수를 센 뒤, 획수에 해당하는 글자를 책에서 찾아 연결하면, 그것이 점괘가 된다. 해당하는 글자가 빨간 점이면 거기서 멈추고, 그때까지 나온 글자만 본다. 책을 펼쳐보면 좋으련만... 사진은 표지 밖에...
서문(번역)
천지의 수는 55이다. 시각의 수는 96이다. 역상의 수는 64이다. 모두 합하면 215수이다. (이로) 제갈무후가 천지·시각을 살펴 괘효를 받아 길흉화복을 보았다. 무릇 점을 치는 이들은 모름지기 손을 씻고 향을 사르며 ‘모 제자가 감히 모 일에 대하여 믿음을 갖고 고하나이다’라고 말하고 3자를 쓰는데, 혹 남이 대신 써주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자획을 계산하는데, 첫 글자의 획수로 백 단위를 만들고, 가운데 자의 획수로 십 단위를 만들고 마지막 글자 1글자로 일 단위를 만든다. 그 다음 215를 기준으로 만일 많으면 215를 제하고 나머지를 본다. 만일 남은 수가 215보다 크면 거듭 215를 제하는데, 215보다 작아질 때까지 제한 뒤 셈한다. 남은 수를 보고 해당하는 수를 책에서 찾아 첫 글자를 쓴다. 다시 215를 더해 그 수에 해당하는 글자를 책에서 찾아 쓴다. 계속 반복하는데, 글자가 없는 동그라미가 나오면 거기서 멈춘다. (그래서 차례로 쓴 글을 보면) 혹 시가 되기도 하고, 장단구를 이루기도 하며, 장편시도 나올 수 있다. (그 글의 뜻을 보면) 허도 있고 실도 있으며, 명도 있고 암도 있으며, 정도 있고 반도 있다. 점사(점친 결과)는 그 뜻을 생각하고 곱씹어보면 신령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뜻은 실하다 해도 허한 것을 겸하고, 밝다는 것은 어두운 것을 감춘 것이고 어둡다는 것은 밝은 것을 감춘 것이며, 반은 정을 머금고 정은 반을 머금은 것이기에 좀처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총명하고 성실한 사람이 도리어 우매하고 게으른 사람으로도 바뀔 수도 있으니 결과를 단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제갈선생은 신통함이 밝고 넓어 육도·삼략도 꿰뜷어 보았으니 후인은 단지 이 책으로 변화를 경계할 뿐이지 오락거리로 삼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점치는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을 위하여 다시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父子一은 431이 된다. 215를 제하면 216이 남는다. 그럼 다시 215를 제한다. 나머지는 1이 된다. 그러면 책의 제일 첫 글자, 混자가 된다. 여기에 215를 더하면 216이 되며 책의 沌자가 된다. 여기에 215를 더하면 431이 된다. 그럼 책의 初자가 된다. 다시 215를 더하면 646수가 되어 책의 開자가 된다. 본디 ‘混沌初開(혼돈이 이제 열린다)’ 4자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도 이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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